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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대중운동이 폭발하는 순간을 겪은 것도 몇번인지 모르겠다. 그 결과가 무화되고 목표에 이르지 못하는 걸 목도한 것도 마찬가지로 여러번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항상 고민해봤지만 쉽게 가름하지는 못해왔다. 여기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있다.
국가란 무엇인가. 폭력의 독점이다. 국가권력의 붕괴는 왜 일어나는가. 폭력의 독점이 인간에 의해 수행되는 한, 그 독점은 모종의 계기로 깨질수도 있다. 예컨대 대중저항이라든지. 이것이 19세기와 20세기를 지배한 혁명의 법칙이었다.
일련의 혁명 이후 권위주의적인 혁명의 결과가 다양하게 현시되며 반권위주의와 다른 대안의 모색이 시작된다. 68로 인한 일련의 파급효과는 거대한 대중운동을 낳았지만, 그 후과는 저마다 달랐고 반드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후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라는 새로운 사조가 세계를 광범위하게 덮쳐왔고, 그 속에서 사람들이 조직되는 방식은 일대 전환을 맞이한다.
브라질에서는 각고의 노력 끝에 룰라가 집권하고, 그의 집권은 연쇄적인 좌파정부의 집권으로 이어진다. 이윽고 SNS의 시대가 시작되고, 수평주의와 자발주의에 기반한 새로운 세대가 도래한다.
40, 66, 69, 86p
SNS가 활발하게 대중운동의 매개체가 되고, 인터넷이 자유의 공간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부티지지의 죽음으로 아랍의 봄이 시작된다. 일련의 물결은 터키에서, 그리고 브라질에서 재현된다. 대표성에 대한 거부, 경찰 폭력에 대한 반감, 정부의 잘못된 대응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은 광범위한 대중의 참여를 일으키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은 갈피를 잃는다.
143, 171, 174, 183p
대표성을 거부하는 군중은 쉽게 휩쓸리고, 대표성없이 진행되는 협상은 일방적으로 결정되며 결국 모여든 열기는 어느 시점에서인가는 소진되어버리고 만다. 사람들은 광장을 쓸쓸히 떠나가고 운동은 갈피를 잃는다. 같은 과정이 곳곳에서 지속된다. 터키에서도, 브라질에서도. 그 와중에도 책임감을 갖고 나아가는 사람들은 대표성을 탈취했다며 비난받고 변절자로 매도당한다.
191, 208, 217, 221p
아무렇게나 정해진 선언이 영상의 탈을 쓰고 대중의 요구안으로 둔갑하는 모습이 역설적으로 자발성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구조 없이 자발적으로 결정된 이 조문들은 얼마나 민주적인가. 알맞은 합의의 선이라는 건 애당초 찾을 수 있었던 걸까?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났던 첫번째 마이단으로부터 두번째 마이단을 따라가며 흐름을 구분한다. 서부의 민족주의와 극우주의, 정부에 대한 대중적 불만이 합쳐져 세번째 마이단으로 기화하고, 이번에는 우파들이 더 잘 준비되어있었다. 민족주의자들은 주도적으로 광장을 이끌며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여러 소조직과 훌리건들이 조직의 핵심 역량을 담당했고, 결국 선을 끝까지 밀어붙이고만다.
222, 232, 242, 245p
브라질의 선거에서 지우마 호세프가 겨우 승리하기는 했지만, 정국의 불안정은 이어지고 일련의 반부패운동이 기획된다. 홍콩에서는 우산혁명이 일어났지만, 모여든 군중의 방향성은 다층적이었고, 저마다 엇갈리는 지향을 갖고있었다. 근본적으로 반중적인 흐름 또한 일각에 자리했고, 이는 이후의 운동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이어진다. 유의미한 결과를 남기지못하고 운동은 흐지부지된다.
결국 무상교통대중운동이 촉발한 일련의 흐름은 노동자당의 지지율 하락과 보우소나루의 당선으로까지 이어진다. 저자양반이야 분노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단순히 우파의 사악한 거짓말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오늘날 룰라와 보우소나루의 지지율차를 보면 더욱더. 대중운동의 폭발이 완전히 우연적인 계기로 일어나지는 않음. 바로 그 부분이 빠져있다.
264, 279, 284, 315p
인도네시아에서는 조코 위도도 정부 하에서 중국인 기독교도 시장후보를 대상으로 종교적인 빌미로 기화한 대중운동이 일어난다. 무슬림 근본주의와 반공주의가 결합한 운동은 시장후보를 몰아내고, 정부를 위축시킨다. 이후 프라보워의 당선으로 이어진 것을 보면 SNS를 통한 조직화와 대중운동은 더이상 좌파의 전유물은 아니다. 오히려 이편이 훨씬 조직적이기도 하다.
홍콩에서의 19년이 시작된다. 여전히 반중주의와 분리주의가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는 와중에, 자기파괴적인 구호들이 난무한다. 당 역시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양면으로 접촉했지만, 합의되지 않고 대표되지 못하는 운동은 멈출 지점을 찾을 수 없다. 후퇴할 때 후퇴하지 못한 이들에게 남겨진 건 잔인한 탄압뿐이다.
칠레의 사건이 시작된다. 대중교통 요금에 대한 저항으로 촉발된 사건이 광범위한 저항으로 승화된다. 몇번의 진퇴 끝에, 억눌린 민주화의 요구가 터져나오고 제헌의회가 소집된다. 그나마 개중의 성공사례로 소개되지만, 그렇다고 물론 지금 칠레의 상황이 딱히 좋지는 않다.
"<정치적 공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준비되지 않은 조직은 대사건의 방관자가 될 뿐이다. 자기가 준비가 된건지 안된건지도 모르는 사람들은 더욱 더.
327, 359, 369, 390p
앞부분에 인용된 브뤼메르 18일의 인용이 기억에 남는다.
"대표할 수 없다면, 대표될 뿐이다."
5대륙의 대중운동과 실패의 역사속에서, 전통적인 좌파들은 동일한 이야기를 한다. 조직화되어야만 한다고. 시대가 변화하고 전통의 사회조직은 해체되어가는 와중에서, 조직되지 못한다면 대표될 수 없고, 운동의 진퇴 역시 결정할 수 없다.
진퇴를 결정할 수 없는 운동의 말로란 절벽으로 끊임없이 달려가서 떨어지는 레밍 떼의 운명과도 같다. 한계까지 달려나가다 모두 소진되어버리고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경험이 누적되지 않고 과거로부터 배우지 못한다. 더이상 수평주의와 탈권위가 당연한 것이어서는 안된다. 지난 세월들이 과연 무엇을 남겼나.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SNS가, 인터넷과 커뮤니티가 사회를 재구성하는 오늘날의 시점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운동과 정치를 통한 변화를 믿는다면 다만 역사를 누적해가며, 축적된 경험으로부터 지향을 수립하고, 현실의 지형에 맞는 좌표를 잡아나가야한다.
오늘날의 변화된 사회적 조건에 맞는 조직 속에서, 우리 시대의 권위를 수립하는 과정들을 통해 새로운 이념의 길을 열어나가야만 한다. 숙제를 풀지 못하면 밀려날 뿐이다. 다만 시간으로 검증받아가며 뜻한바를 다해야한다.
392, 415, 421p
고민하던 영역에 대한 다른 대륙 사람들의 저마다의 결론을 참고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런 작업들이 스러져가는 조직과 전통을 대신해서 역사의 기억이 된다. 변화한 환경에 맞춰 조직태를 일신하고, 다시 권위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모색해야한다.
현실파악 없이 조직도 권위도 무망한 일이다. 할 수 있는 일들로부터, 버텨낼 기반을 마련하고 과거를 정리하며 시간의 심판을 견딜 수 있는 공간들을 터내야만 한다. 안된다면 스러질 뿐이다. 과거를 정리하고, 반성하고, 회고하며, 오늘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속에서 결을 터내가야만 한다. 그게 오늘날 주어진 과제다. 숙제를 제때제때 못하면 흐름속에 밀려나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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