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역사

<모든것의 새벽>,데이비드 그레이버

stingraykite 2025. 10. 2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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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책에 다 쓰여있다. 그동안 축적된 고고학, 인류학적 자료들을 근거로 삼아 선사시대 인간집단의 조직과 교류, 괴베클리 테페, 우루크, 탈리얀키, 마야와 잉카, 올멕을 넘나들며 수렵채집에서 농업으로, 도시와 군왕에서 다시 해소로 이어지는 과정을 추적한다.
진화주의적 사관의 단선성을 지적하며, 개별사례를 통해 인간집단이 군집을 이루고 그 속에서 비교적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회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도 있었음을, 권력의 집중과 관료제의 출현이 반드시 역사의 필연이 아니었음을 보인다. 농경과 집중, 국가로써의 전화는 항상 성공하진 못했다.
때론 군왕과 귀족계급이 구성되었다 사라지기도 하고, 사라진 상태 그대로 도시가 균등한 상태를 더 오래 유지하기도 하고, 도시 밖의 수렵채집 관계망 속으로 사람들이 흩어지기도 한다. 고대의 유통경로는 일반적인 인지보다 그 규모가 크고 신속한 것으로 보인다. 거의 미주 전대륙을 누비고, 유라시아 끝에서 끝까지도 사람의 손과 손을 타고 산물이 오간다.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국가생성의 경로가 일직선상이 아니라는 관점에서 보면 선사시대 도시들, 우르크, 모헨조다로, 미노스, 미시시피 유역의 정착지들과 아마조네스 문명이 왜 생사필멸을 거듭했는지, 그 과정은 어떠했는지에 단순한 기후재난이나 기아보다 더 정밀하게 접근할 수 있다.
선사시대의 사람들은 권위에 복종하거나, 저항하는 것 이외에도 체제에서 이탈한다는 선택지가 있었다. 인구가 집중되고 이를 고도화, 효율화할 수 있는 기제와 역량이 있다면 문명은 한 단계 도약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폭력과 억압을 견뎌낼만큼 인구압이 충분하지 않다면 압제는 해소되기도 한다.
농경에 대해, 도시생활에 대해, 진화적인 세계관을 잠시 내려놓고 보면 더 잘보이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 선사시대 인류의 생활이 오늘날 집작하는 것처럼 단순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사냥과 채집으로주터 계절성을 갖는 의례와 이 의례를 통한 교역까지, 고도의 복잡성을 갖고 넓은 강역에 걸쳐 나름의 정식화가 되어있는 사회에서 수행해야하는 지적 활동의 난이도와 복잡성이 현대의 그것에 비해 유난히 뒤떨어지는 종류의 것은 아니다. 다만 방향이 다를 뿐. 그런 입장에서 당대인들의 선택이 갖는 무게가 새삼 다르게 다가온다.
다만 현존했던 폭력의 규모나, 국가 수립에 있어서 지배집단의 형성에서 반대방향으로 막대기를 구부리는 과정에 의도적으로 생략하는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왜 도시로 모여들어 지배를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고찰은 반대방향의 그것에 비해 빈약하게 제공된다.
새로운 관점에서 인간 사회의 조직원리를 돌아보고 인류학과 고고학을 연결하여 선사시대를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줬다는 점에서는 성공적이고, 현대 고고학의 발견들이 전체 영역에 대해 고르게 묘사된 점이 좋았다. 수렵채집문화의 교역반경이나 기술전승의 견고함도 참고가 되는 부분이 있음.
다만 숫자에 약하고 의도적으로 넘어가는 부분들이 안타까움. 요즘은 인골분석에 의한 당대 생활상, 사망원인에 대한 분석, 평균연령 해석도 많이들 붙여놓는데 이런 부분들로 당대 사회를 바라보기에는 미진한 부분이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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