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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한국의 문제를 보다보면 만주를 피할 수 없다. 박정희부터 한국의 관료들, 물건너의 카운터 파트너들, 윗동네 사람들, 황해너머 사람들 모두 만주에서 교차한다. 만주는 어떤 곳이었으며, 그 유산은 동북아시아 모두에게 어떻게 전해졌는가.
전근대 아시아 사회는 어떻게 연결되었고, 구 제국주의 국가는 이 지역에 어떻게 착근되었는가. 근대에 대한 정의와 근대가 갖는 특성, 그리고 식민지, 피식민지간 모방과 변용이라는 개념을 통해 만주의 구체적인 상을 그려나간다.
만주의 다민족적 기원과 문화적 교차로로써의 만주에 대해. 오족협화라는 게 아예 근본이 없는 소리는 아니다. 실제로 이루어졌나는 별개로 하더라도. 만주국의 공업 고도화 수준이 어마어마하다. 이런 종류의 축적은 한국 착취한다고 나올 수 있는 건 아님..
조선에서 출세길을 찾을 수 없던 인텔리 지망자들은 꾸역꾸역 만주로 몰려들어 고등교육을 이수하고 관료로, 또 군부로 임관하여 자신의 삶을 개척한다. 이때를 지배하던 개척, 근면, 그 과정에서의 착취와 소외는 음악, 문학작품들을 통해 드러난다.
만주에 살던 조선인들은 과연 2등신민으로 제국의 부역자였나. 일반적인 조선인들의 상황을 살펴보면 이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 인구비중과 관료비중을 보면 만주는 중국인들의 땅이었다. 그 틈바구니에서 조선인들은 대부분 농민으로, 중국인에 비해 적은 비중으로 관료와 군인, 기업가로 살아간다. 마름으로써의 모습이 없지는 않았겠으나, 그것이 일반적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만주에서 귀환한 이들의 이야기. 어떻게 만주국은 그렇게 빨리 건설될 수 있었는지, 제도와 실질 두가지 면에서 바라본다.
군부정권의 정풍운동을 폭력 독점의 완성이라는 차원에서 바라본다. 군부의 집권과 함께 폭력의 독점이 완성되고 관료제를 군부 기준으로 쇄신하며 테크노크라트 육성체계의 골간이 잡힌다. 녹화사업때 부역도 시켰군... 만주국은 일종의 인스턴트 국가였다. 군부 정권에 의한 근대국가의 수립도 바로 그 지점에서 만주국의 체계에 상사된다. 65년의 한일회담. 만주에서의 백그라운드가 양자간에 가교가 된다.
파시즘과 개발독재. 협화회로 구현된 대중동원 모델은 그대로 한국의 관제 시민단체의 결성으로 이어진다. 가나안 농군학교와 새마을운동. 김용기의 가나안 농군학교는 근면과 검약을 기반으로 한 문화운동의 모델을 구축하였고, 프로테스탄티즘 노동윤리의 한국적 구현이었다. 기독교가 한국 사회에 드리운 손은 다층적으로 촘촘히 뻗어있다.
박정희 정권 초기에는 사상계를 비롯한 인텔리들 역시 체제에 협조적이었다. 당대 한국의 현실이 여러모로 드러난다. 넘치는 아사자, 높은 자살률... 빈곤 탈출에 대한 시대적 공감이 국가주의의 틀 안에서 협동조직으로, 저축운동으로 그리고 식량증산으로 나타난다.
한인들은 독일로, 그리고 미국으로 뻗어나간다. 파독 광부들의 정착률은 30%로, 30%는 귀국, 40%는 미주, 유럽 등 다른 나라로 나아갔다. 미주 한인들은 다인종그룹이 자리한 곳으로 나아가 역내 상권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한인 비즈니스인 세탁소와 유통업의 역내 장악률이 과반을 넘기게 되는 게 대단하다.
한국이야말로 어떻게보면 하이모더니즘의 대표주자 르코르뷔지에의 그림을 가장 열성적으로 구현한 국가일지도.
만주로 상징되는 국가 동원의 체계는 문화로, 스포츠로, 영화로, 위생으로 소속된 이들의 삶을 촘촘하게 옭아맨다. 미시적 수단으로 동원된 이들은 대극장을 통해, 그리고 올림픽을 통해 국가 경쟁력의 상징이 된다.
식민 시대는 피억압의 시대였지만, 억압의 과정에서 사람들은 근대로 다가가고, 그 과정에서 변경에서 구축된 만주국의 체제와 정책, 국가정신은 그곳을 거쳤던 사람들을 통해 동북아시아 곳곳으로 처져나갔다. 단순한 억압과 착취의 장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맹아가 움텄던 장이기도 한 것이다. 오늘날 다시금 빈곤으로부터의 탈출과 개발을 모토로 제 민족이 움직이고 있는 시대에 한번 되새겨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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