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이라는 게 참 말랑말랑해요. 고용경직성이 법과 제도로 보호받는다고 항구적으로 지켜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단견입니다. 한국의 고용경직성은 그간 노측의 역량이 실력행사로 담보해왔고, 이제 분기점이 지나고있습니다. 사실 09년 이후로 얇은 선은 흐려졌어요. 여기에서 사건 한두건 터져서 실체적 고용안정이 깨지면 그때부터는 걷잡을 수 없습니다. 실물이 제도에 선행한다는 건 그런 뜻입니다. 칼을 쥘 수 없는 이들에게 세상은 무자비합니다. 하지만 생산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진 건 비단 누구의 탓만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니까요.
대처가 광부파업에서 승리하고 레이건이 항공노조를 깨부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산업의 퇴조와 현장에 대한 장악력의 악화, 계급적 단결의 해체가 있었습니다. 대중 이데올로기의 전환도 적지않고요. 한국의 상황을 20세기 후반 영미의 그것과 비추어봤을 때, 쉬이 낙관이 안되네요. 구체적으로 무슨말이냐, 기업이 적자가 한 8분기 연속으로 났어요. 구조조정이 시작되요. 희망퇴직을 받아요. 희망퇴직 다음은 뭘까요. 정리해고입니다. 그러면 정리해고를 막기위해 희망퇴직 신청을 하지 말고 같이 싸우자고 하면 사람들이 지금 상황에서 들을까요? 안듣죠.
남은 인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일까요. 점거파업입니다. 문제는 어차피 굴려도 돈안되는 공장 점거한다고 협상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무한정 대오를 유지하기에는 자금도 모자라고요. 그렇다고 이런 일이 생기면 대중들이 이전만큼 지지해줄까요? 지금의 고용상황에서? 이런 사례가 한건 두건 세건 쌓이면, 정규직의 고용안정 신화는 무너지고 실질적으로 자유로운 해고의 시대가 도래합니다. 뉴 노멀이죠. 노자간의 균형이 무너지면 직무급을 비롯한 고용유연성 개혁을 진행하기 좋은 상황이 되고, 계약갱신을 통한 정년연장으로부터 4대보험 3개월 적용 등 당근을 넣을 할 캐파가 나와요. 그러면 고용혁신 되는 겁니다. 문제는 이렇게 되었을 때 운동의 물적 토대가 사라지는 겁니다. 지금 전체 운동은 민주노총이 담보하고 있습니다. 조합비를 낼 조합원이 없으면 조직의 붕괴도 가속화됩니다. 그게 우리가 당면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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