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역사/일본사

<일본의 설계자, 시부사와 에이이치> 박훈 역

stingraykite 2026. 4. 20. 17:07
 

에도 시대에 태어나 백성으로 살다 뜻을 품고 토막에 나서려다 히토츠바시에 봉신한다. 낮은 직위로 입성하여 봉지의 경영을 맡고 성과를 내며 섬기던 주군이 쇼군이 되자 막부에 봉직하지만 요시노부의 경로와 막부의 앞날에 대해서는 그 역시 부정적이었다. 애초에 토막파였으니까. 프랑스로 민부공자를 수행하여 유학을 떠나지만 막부의 몰락은 귀로를 재촉한다. 돌아와 다시 봉직하지만 이내 물러나고 상업에 전념하려던 차 대장성에 입성한다. 도량형의 정비로부터 세제의 수립, 화폐의 제도, 개정국의 사무 등 초기 메이지 정부의 기틀을 닦아나간다.
와중에 발생하는 대장성과 타 성들과의 갈등이 흥미롭다. 결국은 예산을 장악하는 자가 우위에 서는 것이다. 예산 계획을 두고 오쿠보 도시미치와 갈등을 겪고, 이노우에 가오루와 함께 사직한다. 미리 일을 논의하던 이들과 은행을 세우고 매년 회사를 하나씩 설립하며 히토쓰바시 대학을 건립, 상업에 매진한다. 죽기 몇년 전에 항공회사를 설립했다는 게 놀랍다. 마지막까지 소명을 다하고 가는 모습이 중간에 나왔던 그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회고와 겹쳐보인다. 죽는 순간까지 쪽 장인은 아들이 대장성의 고위직이 되어도 관의 일은 관의 일이고, 민의 일은 민의 일이라며 일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회고록의 와중에 묘사되는 에도시대의 생활상, 담판의 대화속에 드러나는 무에 대한 지향이 흥미롭다. 뻑하면 담판하면서 칼 뽑고 사람목숨을 올려두고 협상을 하시네. 이게 당대에도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본인 회고록이니만큼 어느정도 무용담의 성격이 있겠지만, 보여주고 싶은 에피소드들이 간접적으로 그의 가치지향을 드러낸다. 한학의 인용에서 당대 사람들이 가졌던 유교적 베이스의 보편성이 드러난다.
마지막의 사직의 소에서 드러나는 지향, 관의 비대가 국가의 역량을 침식하고, 따라서 상업을 통해 민의 역량을 흥성케 해야하며, 균형재정이 필요하고 자율성을 북돋는 것이 진정한 입국임을 강변하는 내용들이 참 뜻깊다. 19세기 사람이 이렇게 정확하게 근대성의 요소들을 꿰뚫어보다니 그 통찰이 놀라움. 이러니저러니해도 백성으로 태어나 백성의 안위를 생각하는 부분이 어떤 의미에서는 유교적 베이스를 잘 보여주면서, 그 자신이 디딘 땅을 드러내준다. 물론 이번 만엔권 에피소드를 보면 다른 방식으로도 참 사랑 많이 하신듯^^...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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