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역사

<역사서설>, 이븐 할둔

stingraykite 2026. 4. 28. 18:04
아사비야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고민을 하고있었는데 이번에 이븐 할둔의 경제적 분석을 보면서 한번 본인이 뭐라고 썼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경제 분석의 역사>에서 제시한 준거틀들이 목차의 내용들이 지시하는 바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준다. 결국은 가치의 원천과 상업, 도시와 물가, 화폐의 문제기도 하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란 무언인가. 역사가는 어떤 태도를 갖추어야 하는가. 과거의 사실을 줄줄 읆는 것이 역사를 기술하는 태도는 아니다. 물적 관계와 상부구조의 역동에 기초하여, 그 사실을 검증하고 이로부터 연역해나가며 역사발전의 법칙 또는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 그 본연의 태도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이 분야에 종사하는 학자들은 정치의 원리와 사물의 성질은 물론 민족이나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서 생활방식, 성품, 관습, 교파, 학파 등이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야 한다. 나아가서 오늘날의 상황에 대해서도 모든 방면에 결쳐 포팔적인 지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는 현재와 과거의 상황 사이에 존재하는 유사성과 차이점을 비교해야만 하며, 그래서 어떤 경우에 유사성이 나타나고 어떤 경우에 차이점이 보이는지 그 원인을 알아내어야만 한다."
48p
"그러나 위도 25도나 그 이상의 지점에서는 큰게좌의 시작점이 정점에서부터 하강하고 태양도 역시 정점에서 내려간다. 그곳에서는 열기도 점차 견딜만한 것이 되고 생장도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상태는 태양광선의 둔각화와 햇빛의 부족으로 인해서 추위가 극심해질 때까지 계속되며, 그리고 나서 생장은 다시 축소되며 파괴되어버린다. 그러나 과도한 열기가 초래하는 파괴는 엄청난 추위로 인한 파괴보다 더 크다. 왜냐하면 추위가 동결을 초래하는 것보다 열기가 탈수를 초래하는 것이 더 빠르기 때문이다.
(...)
따라서 제1, 제2기후대에서는 문명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제3, 제4, 제5기후대에서는 중간단계의 문명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빚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열기가 온화해지기 때문이다. 제6, 제7기후대에서는 좋어든 열기로 인해서 다수의 문명이 존재한다. 열기에 비해 추위는 생장력에 대해서 그민큼 치명적인 파괴력을 발휘하지 않는다. 다만 추위가 흑심해져서 건조화가 진행되고 탈수현상이 초래될 때 비로소 파괴력이 나타니는데, 제7기후대 너머의 지역에서 보이는 현상이 그러하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어떻게 헤서 문명이 북반구에 더 강하고 풍부하게 나타니는지를 설명한다. 신께서 더 잘아신다!"
86p
황도에 따른 태양에너지의 변화와 기후가 작물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왜 남반구(이프리카야)보다 북반구(소위 문명지대)에서 문명이 융성한지를 당대의 과학적 이론에 근거해 연역해낸다. 훌륭한 분석적 작업이다.
3) 전야민은 도회민에 선행하며, 전야는 문명과 도시의 기반이자 저장소이다.
"우리는 앞에서 전야민이 생활방식상 최소한의 펄수품에 만족할 뿐 그 이상의 단계를 넘지 못하는 반면, 도회민은 생활의 조건과 관습에서 편의와 사치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사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최소한의 필수품이 편의과 사치품 보다 선행한디는 것은 의심할 여지도 없다. 어떤 면에서 최소한의 필수품들은일 차적이고 사치품은 이차적인 것이다. 따라서 전야민은 도회민보다 선행하며 그 기반을 이룬다. 인간은 처음에는 기본적인 필수품부터 찾는다. 그런 뒤에야 비로소 안락과 사치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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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도 뻔질나게 나오는 전야민과 도회민의 개념을 정의하고 시작한다. 전야민은 수렵채집으로부터 유목, 농경에 이르기까지 도회에 대비되는 1차 생산활동에 종사하는 민족을 지칭한다. 이들이 자연과 가깝고 그에 따라 강인하고 애성적이기 때문에, 전야상태에서는 아사비야(연대의식)이 충만해지고 계기가 주어질 때 이는 임계질량을 초과하여 도시로 범람하게 된다.
"만약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항상 방어와 군사적 보호를 받을 필요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예언, 왕권의 확립, 선교 등을 비롯한 인간의 모든 활동도 이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즉 인간은 선천적으로 저항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저항운 꺾기 위해서 투쟁하지 않고는 아무 것도 성취할 수 없다. 그리고 이미 앞에서 언급했듯이, 투쟁하기 위해서 인간은 연대의식을 가지지 않으 면 안 되는 것이다.
연대의식은 혈연집단이나 그에 상응하는 집단에서 나온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혈연관게에 대한 의식은 인간에게 본성적 인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친척과 혈연에 대한 애정을 낭고 여하한 종류의 위해나 파괴도 그들이 입지 않도록 보살피게 한다. 자신의 친척이 부당하게 취급되거나 공격을 받을 때 사람은 수치심을 느끼고, 어떠한 위험이나 피해가 온다고 하더라도 뛰어들어 그들을 보호하고 싶어진다. 이것은 인간의 천성적인 충동이며 인류가 이제까지 존재하는 동안 그러했다. 만약 서로 돕는 개인들이 가지는 직접적인 관계가 매우 긴밀한 것이라면, 그것은 긴밀한 접촉과 결합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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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회의 기초는 안보이며 이는 혈연 또는 공통의 정체성에서 오는 연대의식(아사비야)에 기초한다.
권력의 본질은 무엇이냐. 독점이다. 그 독점은 어디까지가 한계인가. 왕조의 한계까지이다. 말하다면, 인문지리환경에 따라 경계그어진 시대적 기술한계로 통치가능한 범위까지 그 독점은 반드시 확장되어야만 한다. 권력의 본질이 독점이기 때문에, 이중권력상태는 유지될 수 없다. 하나의 아사비야는 다른 아사비야를 멸하도록 규정지워지는 것이다.
"일단 그와 같은 강력한 연대의식이 그것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확고히 지배하게 되면, 그것은 본질상 그것과 무관한 연대의식을 가지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지배권까지 추구하게 된다. 만약 한 연대의식이 다른 것과 비숫한 힘이 있어 도전을 물리치게 되면, 대립하는 두 집단의 사람들은 서로 동등한 지위를 가지게 된다. 이 두 연대의식은 각기 자기의 영역과 집단에 대해서 지배권을 유지 하는데, 지구상에 흩어져 시는 각종의 부족과 민족들이 그러하다. 그러나 만약 한 연대의식이 다른 연대의식을 압도하고 복종케 한다면, 이 두 연대의식은 서로 결합하고 그 결과 패배한 연대의식은 승리한 연대의식의 지배력을 증대시킨다. 그러면 승리한 연대의식은 지배권과 장악력에서 전보다 더 높은 목표를 세운다. 이런 과정은 그 특정한 연대의식의 지배력이 현존하는 왕조의 지배력과 동등해 지는 단계가 될 때까지 게속된다. 그뒤 지배왕조는 점차 노쇠해지고 그 연대의식을 공유하는 지지자들 중에서 방어자가나타나지 않으면, 새로운 연대의식은 지배왕조로부터 권력을 탈취하고 완전한 왕권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145p
유목민족들이 침투왕조와 정복왕조를 세울수는 있어도, 그것을 유지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도시의 점령이 왕권, 다시 말하면 통치권의 획득으로 이어지지만, 통치를 유지하려면 통치 이데올로기를 취득해야만 한다. 계서가 있어야하고, 권력의 안정성이 보장되어야한다. 특히 유목민족 왕조에서 아런 문제는 두드러진다. 그 틈을 메워주는 것이 종교이다. 특히 이슬람교는 분권화된 사회, 서아시아와 동남아시아처럼 토지가 광대하고 다양한 민족들이 교차되어있으며 저마다 분산되어있어 그 산발적인 발산이 좀처럼 응집성을 갖기 어려운 환경에서 특히 영향력을 발휘한다. 초기 국가를 건설하는 데 있어 공통의 정체성으로, 신앙만큼 이들을 규율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또한 모든 전야민들은 자기 자신이 지도지가 되고자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권력을 양도하려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아버지나 형제 혹은 집안의 어른들에 대해서도 마친가지이다. 만약 양도가 있다면 그것은 체면이라도 유지해야 할 정도로 강한 압력을 느낄 때에 이주 드물게 발생한다. 그들 중에는 수많은 수령과 귀족이 있고, 따라서 피정복민들은 세금과 법률이라는 면에서 어러 주인들에게 동시에 복속될 수밖에 없으니 문명은 페허화히고 소멸되는 것이다.
26) 전야민은 예언자와 성자의 교화 혹은 종교적 대사건과 같은 종교적 감회를 이용했을때만 비로소 왕권을 획득할 수 있다
그것은 전야민이 그들의 야만성으로 인해서 어느 민족들보다 다른 사람에게 복속하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건방지고 오만하며 야심 많고 또 스스로 지도자가 되기를 열망하지만, 그런 개별적인 희망들이 합치되기는 무척 어렵다. 그러나 예언자나 성자의 교화를 통해서 그들이 종교를 가지게 되면 그것이 그들에게 어느 정도 억제력을 발휘한다. 오만과 질투가 그들에게서 사라지고, 복속과 통합이 용이해지게 된다. 이것은 현재 그들이 그러하듯이 공통의 종교를 통해서 성취된다. 종교는 오만방자함을 사라지게 만들고 그들 상호간의 질투와 시기를 억제하는 힘을 발휘한다."
-158p
국가의 요체는 무력의 독점이지만 도시의 지배는 사치의 만연, 즉 인민의 끊임없는 물적 수요의 증대로 나타난다. 생산의 재결합이 이루어진 왕조 초기에 이는 성장으로 그를 충족시키지만, 이내 전근대 사회에서 성장은 한계에 이르게되고, 통치비용은 비례하여 증가하지만 세수는 정체하며 적자재정이 발생한다. 여기서 세율을 올리고 세제를 다각화, 예컨대 상세를 물린다거나 하는 것은 효용이 없다. 성장이 없는 사회에서 간섭의 증대는 지대추구로 이어지고 성장여력마저 갉아먹는다.
"또한 한 왕조에서 사치품이 증가하게 되면, 사람들의 수입은 그들이 필요로 하 는 비용을 충당하기에 부족하게 되는데 군주, 즉 정부는 그들의 불건전한 상태 를 수습하려고 봉급을 증액시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수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늘지도 출지도 않는다. 새로운 상세를 만들어 세수를 종대시킨다고 해도 일정한 한도가 있다. 새로운 사치품과 막대한 비용의 지출로 인해서, 각자에게 지급해야 할 증액된 봉급을 기존의 세수로 충당하려면, 수비대의 숫자는 봉급을 올리기 전보다 더 줄어들어야 할 것이다."
-176p
이븐 할둔의 서술이 갖는 가치는 흥망성쇠의 사이클에 따라 종교적 변화와 경제적 변화를 연결시켜 서술한다는 점이다. 하나의 순환론리지만, 동시에 연쇄를 갖는 순환론이다. 성장이 더딘 사회에서 정태로 접근하는 동태의 연속으로 역사의 거동을 파악한다. 아사비야는 1세대에서는 강고하지만, 2세대에서는 짖권화를 통해 왕조의 초기 공신세렫들을 잘라내면서 훼손되고, 칼과 펜은 경합하며 펜이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이내 3세대에 이르러 다시 칼이 필요해지는 시디가 오지만, 아사비야를 공유했던 측근집단들은 이미 숙청되었고, 충성도가 떨어지는, 용병에 가까운 이들이 칼을 장악한다. 그들과 군주를 이어주는 것은 금전관계뿐이지만, 왕조가 말기에 이르르면 그 수입조차 비용과 성장의 격차속에 줄어들어간다. 그렇게 왕조는 종말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런데 제3세대는 전야에서의 생활과 그 강인함의 시대를 마치 그런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잊어버린다. 그들은 강압적인 힘에 의해서 지배되기 때문에 달콤한 명예와 연대의식에 대한 구미를 상실하게 된다. 그들이 번영과 안일의 생활에 너무나 탐닉하게 되었기 때문에 사치는 절정에 이른다. 그들은 마치 보호를 필요로 하는 부녀자가 남에게 의존하듯이 왕조에 의지하게 되고, 연대의식은 완전히 사라져버린다. 사람들은 스스로를 방어하거나 보호하는 법을 망각 하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킬 줄도 모른다. 그들은 휘장, 의복, 승마, 무술 등으로 남들을 속이며 그럴듯한 인상을 주지만, 그들 대부분은 후방에 있는 부녀자들 보다 더 겁쟁이들이다."
-179p
왕권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구성되는가. 실질적인 카리스마와, 정책적 판단력과, 종교적 권위가 그 성분이다.
"왕권이란 자신의 목표와 요구에 따라서 대중들이 행동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의미하며, 정치적 왕권이란 현세적 이익을 증진시키고 그것에 배치되는 일을 피하는 방법을 아는 지적, 합리적 통찰력에 근거하여 대중들의 행동을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칼리프위는 대중들로 하여금 현세뿐만 아니라 내세에서의 이해를 염두에 두는 종교적 통찰에 따라서 행동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200p
왕권, 즉 권력의 본성은 독점이다. 독점은 집권화의 과정이고, 이 과정에서 왕권을 구축하게 해준 아사비야와 그 구성원들은 독점적 권력자에 의해 교체된다. 그것이 아사비야의 본질이다. 목적을 이루었기에 해체되고, 다시 왕조의 틀 내에서 재구성되지만 그것은 결코 이전의 아사비야와 같지 않다. 창업이라는 공통의 경험은 군주에 대한 충성으로, 금전을 매개로 한 지대수익 추구권의 허여로 대체된다. 그 이후로는, 경제의 쇠퇴에 따라 권위 역시 쇠퇴하는 것이다.
"그러니 왕권의 본성은 한 사람이 모든 영광을 홀로 요구하고 차지하려는 것이다. 무아위야는 왕권의 이러한 본성을 자기 자신에게나 주위의 사람들에게 부인하지 않았다. 왕권이란 연대의식이 바로 그 자체의 본성의 그 결과물로 잉태하는 것이다."
-211p
관직별 설명이 구체적으로 나오는데, 이중 재상이 특기할만하다. 재상이야말로, 행정부를 총괄하는 자리이고 그 업무분장은 당대 행정부의 영역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왕조의 안보를 수호하고, 통치를 수행하며, 징세를 하고, 대중의 여론을 위무한다. 일은 재상이 다한다. 그래서 위임재상과 행정재상으로 나뉘며, 군주는 손쉽게 재상에게 포위된다.
"재상
재상의 직책은 왕권과 정부에 속한 여러 직책들의 어머니이지반, 명칭 자체는 단지 '도움'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 장의 모두에서 군주의 조건과 활동이 다음 네 분야에 국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언급한 바 있다.
1) 공동체의 보호에 필요한 방법과 수단에 관한 사항. 예를 들면 군대, 무기, 전투작전및 기타군사적 방위와 침공에 관한 사항들에 대한 감독.
2)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군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의 연락에 관한 사항 그리고 군주와 직접적인 접촉이 없는 사람들에 관해서 내려진 명령의 수행. 이런 업무의 책임자는 서기이다.
3) 세금의 정수와 지출 그리고 이런 업무와 관련된 모든 방면에서의 안전한 시행. 이런 업무의 책임지는 징세 재무를 관장하는 장관인데, 오늘날 동부에서는 재상(wazir)이라고 한다.
4) 군주가 정무를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탄원자들이 몰려들는 것을 예방하는 일. 이러한 업무의 책임자는 궁문을 지키는 집사(haib)이다."
-242p
결국 본질이란 폭력의 독점이다. 왕조의 초기와 말기에, 질서를 유지하고 왕권을 수호하는 것은 '칼'이다. 그러나 동시에, 국가를 운영하는 것은 '펜'이다. 왕조의 순환에 따라 무력과 관리, 양자간의 역햑이 바뀌어나간다. 초기로부터 말기까지, 때로는 칼이, 때로는 펜이 우위에 선다. 초기와 말기 칼은 우위를 보이지만, 이때 그 무력을 행사하는 주체의 '혈통'은 동일하지 않다. 권력의 본질이란 독점이고, 독점의 과정에서 지배엘리트는 초기로부터 말기에 이르기까지 순환한다. 그것이 군주의 독점을 이루는 길이며, 아사비야를 소모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33) 여러 왕조에서 '칼'과 '펜'의 관직이 보이는 중요성의 차이
'칼과 '펜' 둘 모두 군주가 국사를 처리할 때에 활용되는 도구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권력을 홧립하는 일에 몰두하는 왕조의 초창기에는 칼'에 대한 필요성이 '펜'에 대한 필요성보다 훨씬 더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펜'은 단지 군주의 권위를 위해서 봉사하는 하인이자 심부름꾼에 불과하지만, '칼'은 그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힘이다.
왕조 말기에도 이와 동일한 상황이 연출된다. 즉 연대의식이 약화되고 노쇠의 영향으로 추종자들의 숫자가 줄어들면, 왕조는 군부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 왕조가 보호와 방어를 위해서 군부를 필요로 하는 정도는 왕조의 말기나 초기나 모두 비슷하다. 이 두 상황에서 '칼'은 '펜'에 비해서 우위에 서 있고, 그때에는 군부가 더 고위직을 차지하게 되며 더 많은 혜택과 봉토를 향유했다.
왕조의 중기에 군주는 어느 정도 '칼'을 멀리할 수 있다. 그의 권력은 확고하게 자리잡고, 그의 회망이라고는 세금을 걷고 재산을 유지하며 다른 왕조들을 압도하고 법을 집행하는 것과 같이 오로지 왕권이 가져다주는 과실을 항유하는 일 뿜이다. '펜'은 그 모든 면에서 도움이 되며, 따라서 그것을 활용할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268p
부의 원천이란 무엇이냐, 몇몇 부분에서는 노동을, 몇몇 부분에서는 자본을, 동시에 농경사회이기때문에 토지를 그 요소로 본다. 왕조의 아사비야가 초기로부터 말기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그 지출, 즉 군주와 가신들의 사치가 어떻게 증가하는지에 대해 상술하였으니, 경제적 변동 역시 주기에 맞추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핀다. 생산활동의 원천과 세금과의 관계, 세금의 수확체감, 그리고 낮은 세율이 생산을 북돋는데 유리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
36) 징세와 세수증감의 원인
왕조의 초기에는 부과액은 낮지만 높은 징세액을 기록하는 반면, 말기가 되면 높은 부과액에도 불구하고 징세액은 낮은 현상이 나타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슬람 왕조는 이슬람의 정신에 따라서 구출세,지세, 인두세와 같이 종교법 에 규정된 세금만운 부과한다. 이러한 세목은 어느 한도 이상은 넘을 수 없는 확정된 상한이 있다. 왕조가 처음에 연대의식과 정치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을 때에는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황야적인 태도를 가진다. 황야적인 태도는 다른 사람의 재산에 대해서 관용과 검양과 존경으로 대하고,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재산을 취하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개인에 대한 부과액과 합당액-이것들이 합처져서 세수를 이룬다ㅡ은 낮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백성들에 대한 부과액과 할당액이 낮으면, 백성들은 일을 할 힘과 의욕을 가지게 된다. 낮은 세금은 만족을 주고 이는 다시 생산활동을 증대시킨다. 생산활동이 증대되면 개인에 대한 부과액과 할당액은 증가하게 되고, 그 결과 징세 총액은 증가하게 될 것이다.
(...)
부과액이 평형의 한계를 넘어서 증가하게 되면, 그 결과는 생산활동에 대한 백성들의 관심의 소멸로 나타난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수입과 소득을 지출과 세금에 비교했을 때 극히 적은 이익밖에 거둘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따라서 모든 희망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개인에 대한 부과액이 낮아짐으로써 세수 총액도 감소된다. 그와 같은 감소가 포착되면 개인에 대한 부과액을 증대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그렇게 함으로써 감소분을 보충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개인에 대한 부과액과 과세액은 마침내 그 한계에 봉칙하고, 더 이상 그것을 증대시키는 것도 아무 소용이 없다. 이제 모든 생산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는 너무 높고 세금도 지나치게 무거위져서, 예상되는 이익을 실현시킬 수 없다. 결국 생산활동을 유도하는 동기가 사라지면서 문명은 파괴되어버린다. 이와 같은 상황으로 피해를 입는 것은 왕조일 수 밖에 없으니, 그 까닭은 생산활동의 수혜자가 바로 왕조이기 때문이다.
-286, 287p
정부의 시장개입, 국영화가 초래하는 결과에 대해서는 전근대에서도 기작이 유사하다. 거대자본의 투하는 미시적 차원에서 인민의 자발성을 억압하고, 권력과 금력의 결합은 시장 전체를 군주에게 종속시킨다. 자발적인 새로운 생산의 결합은 고갈되고, 지대수익의 추구가 그 자리를 메운다. 이는 전체 국민경제, 즉 왕조의 이익에도 반하게 된다. 국유분의 수입이 총생산의 위축으로, 직접 관리하여 얻는 수익이 그러지 않았을 때의 기대수익에 비해 현저하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국영경제는 대체효과만이 아니라, 생산에 끼치는 악영향 때문에라도 재차 고려되어야만 한다.
"38) 군주의 상업활동은 백성에게 유해하며 조세수입의 파탄을 초래한다
그러나 이것은 커다란 잘못이며 백성들에게 여러 가지로 해를 미친다. 첫째, 농민과 상인은 가죽과 상품을 사기 힘들어질 뿐 아니라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합 수 없게 된다. 백성들은 모두 거의 비슷한 규모의 재산을 소유하기 때문에 자기들끼리의 경쟁으로 이미 재원이 고갈되거나 거의 고갈된 상태에 있다. 그런데 엄청나게 많은 재화를 지닌 군주가 그들과 경쟁을 하게 되면, 백성들 가운데 거의 한 사람도 자기가 원하는 물자를 획득할 수 없게 되며, 모두 다 불안해지고 불만족스럽게 된다.
(...)
설사 그가 교역을 통해서 이익을 거둔다고 할지라도, 교역 전체를 놓고 볼 때는 그로 인해서 그가 세금으로 거두어들일 수 있는 수입의 상당 부분을 잃게 된다. 왜냐하면 군주가 거래하는 상품에 대해서 상세가 부과되지는 않겠지만, 만약 다른 사람이 동일한 거래를 한다면 상세가 부과되어 조세수입으로 들어올 것 이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군주가 행하는 교역은 문명을 파괴하고 왕조를 해체할 수도 있다. 백성들이 농업이나 상업을 통해서 더 이상 자신의 자본을 증가시키지 못하게 될 때, 자본은 감소되고 비용의 지출로 말미암아 마침내 탕진되고 말 것이니, 이는 상황을 파탄에 이르게 한다."
-289, 290p
군주는 봉급을 잘 줘야하고, 넉넉히 줘야한다. 그는 왕조의 사치가 증가하고 이것이 왕조를 유약하게 만든다고 했지만, 동시에 왕조의 사치가 경제를 굴러가게 하는 근원임을 간파하기도 한다. 군주가 가신들에게 주는 봉급과 소비생활의 고도화가 그 자체로 도시가 융성하게 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봉급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재정정책인 것이다. 검약한다고 봉급을 줄이면 도시경제의 순환이 결딴난다.
"40) 군주가 지급하는 수당의 삭감은 조세수입의 감소를 의미한다
왕조와 정부는 세상에서 가장 큰 시장이고 문명의 질료를 제공한다.만약 군주가 재산과 조세수입에 집착하거나 혹은 그것을 상실한다든지 적절히 사용하지 못한다면, 군주 측근들의 재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군주의 측근들이 자기 추종자들에게 주는 선물도 끊기고 지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들은 지출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을 이루고 그들이 지출하는 것은 다른 어느집단보다도 더 교역을 활성화시키는데, 그들이 지출을 중단하면 자본부족 현상이 나타나서 장사는 불황에 빠지고 상업적 이익은 줄어들게 된다."
-294p
왜 사유재산권을 보호해야하는가, 그것이 생산활동의 활력으로, 자산 축적의 열망으로, 문명의 발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사유재산권이 침해되면 어떻게 되는가. 생산력 발전에 대한 인센티브가 감소하고, 작업이 침체되며, 일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모욕된다. 볼때마다 아 이게 14세기 책이구나 하는 부분이 중간중간에 산통을 깨주지 않으면 착각할 듯. 정태와 동태를 오가며 거시로부터 심리까지 스코프가 확대되고 다시 축소된다.
"41) 불의는 문명의 파괴를 불러온다
타인의 재산에 대한 침해는 재산을 헉득하려는 사람들의 의욕을 빼앗아버린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재산을 획득하려는 목적 혹은 궁극적인 목표를 상실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재산권이 침해되는 정도와 크기는 재산을 획득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약해지는 정도와 크기를 결정한다. 그 침해의 정도가 광범위하고 전반적이어서 모든 생계수단에 미칠 때 작업의 침체 역시 전반적인 것이 되지만, 재산 침해가 가벼운 것에 불과하다면 이윤을 위한 작업의 중단도 경미한 것에 그칠 것이다. 문명과 그 번영 그리고 작업의 활기는 생산성에 의존하고, 이익과 이윤을 획득하기 위해서 각 방면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력에 의존한다. 사람들이 생계를 위한 작업을 더 이상하지 않을 때, 그리고 이윤을 창출하는 모든 활 동을 중지할 때, 문명의 활동은 침체에 빠지고 모든 것은 쇠퇴해버린다."
-295p
역시 행정경험이 있어서 그런가 불의, 즉 사유재산권 침해의 구체적인 사례가 명시된다. 결국 문제는 무엇이 문명을 건설하는가, 그리고 무엇이 이를 쇠퇴시키는가이다. 성장은 왜 필요한가. 문명을 유지하고 나아가기 위해 필요하다. 문명이란 무엇인가. 증가하는 인민의 물적 수요에 부합하는 일련의 생산구조이며, 이를 통합하는 상부구조이고, 물질세계로부터 상부구조까지를 일관하는 공통의 정체성이다.
"불의라는 것이 반드시 소유주에게 아무런 이유도 보상도 없이 금전과 여타 재산을 몸
몰수하는 것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보통은 그런 식으로 생각 하지만, 불의는 그 이상의 보다 더 일반적인 것이다.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재산을 강탈하거나 강제로 노역을 시키거나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종교법에서 요구하지 않는 의무를 부과하거나 한다면, 그는 특정한 사람에게 불의를 행하는것이다. 그러나 정당화될 수 없는 세금을 징수하는 사람도 불의를 행하는 것이다.즉 재산권을 침해하는 사람, 강제로 남의 재산을 빼앗는 사람도 불의를 행하는것이니, 이러한 모든 행위로써 피해를 보는 것은 왕조이며, 사람들이 모든 의욕을 상실하게 되면 왕조의 질료인 문명도 왕조 못지않는 피해를 입게 된다."
-297p
이윤을 생산하는 것은 토지인가 노동인가 자본인가. 이븐 할둔 본인도 혼동하며 사용하고있다. 농경 기반의 사회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는 일견 노동가치설을 주장하나, 동시에 자본의 역할도 간과하지 않는다. 강제노역이 노동의 질, 더 나아가 경제 자체의 활력과 자발성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그는 다시한번 강조한다. 지대수익, 즉 권력과 금력의 결합은 결과적으로 물질세계에서 생산의 자유로운 결합을 억압한다. 왜 지대추구를 금지해야하는가, 그것은 자유로운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강제노역은, 예속은 물질세계의 기반을 파괴한다.
"문명을 파괴시키는 데에 가장 결정적이며 불의 가운데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백성들에게 부당한 임무를 부과하고 그들을 강제노동에 동원하여 이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까닭은 노동이 자본을 구성하는 것이고, 소득과 생게는 문명인에 의한 노동가치의 실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노력과 각종 노동을 통해서 자본을 획득하고 이윤을 창출한다. 그들에게 노동이 아니고는 달리 이윤을 창출할 방법이 없다. 백성들은 농사를 지어 자신의 생계수단을 확보하고 그런 행위를 통해서 이윤을 얻는다. 만약 그들이 자기 토지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하도록 강요되고 자신의 생계와는 무관한 일로 강제노역에 동원된다면, 그들은 더 이상 아무런 이윤도 얻지 못할 것이고 따라서 그들의 가장 큰 자산인 노동의 대가도 빼앗기고 말 것이다. 그들은 고통받고 되고, 생계의 대부분 아니 전부가 날아가버린다. 만약 이런 일이 거듭해서 일어난다면, 토지를 경작합 모든 의욕은 과괴되고 일체의 노력은 중지될 것이다. 이것은 문명의 파괴와 황폐화를 초 래한다."
-298p
요는 아사비야가 어떻게 쇠퇴하는 것이냐는 점이다. 권력의 본질은 독점이고, 이는 창엊군주에 의한 공신의 숙청으로 나타난다. 공신이 숙청되고 새로운 추종자와 근신들이 나타나지만, 처음의 아사비야는 이내 빛이 바랜다. 왕조의 반란자들은 변경에 집결하고, 변경은 아사비야를 배양하는 장소가 된다. 이윽고 권력의 균형이 역전되면, 이행기가 시작되고 새로운 아사비야는 위임재상에서 실권재상의 형태로 권력을 장악한다. 왕조의 교체는 이 시점에서 필연적이다.
"군주 역시 그들에게 질투심을 느끼지만, 이는 지신의 왕권에 대한 우려로 바뀐다. 그래서 군주는 그들에게 치욕을 주고 살해하기 시작하며, 그들이 누리고 있는 사치와 번영을 빼앗기 시작한다. 그들은 절멸하여 거의 남지 않게 되고, 따라서 군주가 그들을 통해서 가질 수 있었던 연대의식도 파괴되어 버린다. 연대의식은 용해되고 그 장악력은 약회된다. 그것은 군주의 총애와 은사를 항유하는 내부의 측근과 추종자들에 의해서 대체된다. 새로운 연대의식이 이들을 통해서 형성되기는 하지만, 그것은 직접적이고 긴밀한 혈연관계를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강력한 장악력과 같은 것이 없다.
이런 추세는 계속되고 통치 왕조의 권력은 쇠퇴를 거듭해서, 마침내 반군들이 왕조의 중심부에까지 매우 가까이 접근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왕조는 본래의 힘의 정도에 따 라서 둘 혹은 세 개의 왕조로 분열하는 경우가 많다.연대의식을 공유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비록 왕조의 연대의식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복종하고 그들의 우위를 인정하긴 하지만,자신들이 직접 국사를 장악하여 처리해나간다."
-305p
문제는 인구압의 증가와 이에 대한 성장의 정체, 수확체감이다. 지대수익의 증가는 성장을 정체시키고, 낮은 성장은 필연적으로 인당 순소득의 감소로, 그리고 기아와 역병으로 이어진다. 경작과 상업이 쇠퇴하고 반란이 촉발되면 왕조는 황혼에 접어든다. 기아는 역병을 낳고 반란은 이를 심화한다. 결국 문제는 역사의 동태요 창생소멸이다.
"왕조 후반기에 들어가면 기아와 역병이 많아진다. 기아라는 현상은 그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토지를 경작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 왜나하면 후반기가 되면 재산과 조세에 대한 침해 그리고 상세를 매개로 한 교역에 대한 침해가 생기기 때문이다. 혼란은 백성들의 동요에 의해서,또 왕조의 노쇠에 자극받은 수많은 사람들의 반란 등에 의해서 초래된다.
역병의 빈발은 지금 말한 기아로 촉발되며, 혹은 왕조의 해체로 생기는 여러 가지 혼란에 의해서 발생하기도 한다. 수많은 소요와 유혈사태와 역병이 일어난다."
-315
그렇다면 그것이 실현되고 매개되는 공간은 어디인가. 바로 도시이다. 도시야말로, 질서의 산물이요 권력의 표현형이다. 도시는 인문지리환경의 결과이자, 권역의 유통중심이고, 물자와 인력이 이를 중심으로 순환한다. 따라서 전야의 사람들은, 필히 도회를 장악하여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왕조의 수립이다. 그리고 도시의 팽창이 곧 왕조의 성장이요, 그 쇠퇴가 왕조의 황혼이다. 이는 즉, 왕조의 상업이 왕조의 활력의 징후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1) 왕조는 도시에 선행하며, 도시는 왕권의 부산물이다
"그것은 우리가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건축물과 도시계획이 사치와 안정을 통해서 발생하는 도회문화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유목민적 생활 그리고 그것에 수반되는 특징들이 있는 후에 나타난다."
-323p
이븐 할둔은 인구론적 접근을 갖는다. 노동가치론 적 접근의 파생이다. 노동이 부의 원천이라면 인구의 증가 역시 왕조의 번영이다. 다시 읽어보니 생산의 고도화와 기술의 발달로 인한 성장의 연쇄 역시 언급하고 있다. 두차례, 세차례 란 연쇄의 사이클이 돌며 이윤이 지속적으로 생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사치를 도덕적으로 재단하면서도, 그것이 성장의 원천이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한다. 격차로부터 이윤이 형성되는 것이다.
"인구가 증가하면 가용 노동력도 증가한다. 그렇게 되면 사치의 정도도 이윤의 증가에 상응하여 높아지고, 사치의 습관과 필요역시 증가한다. 사치품을 얻는 데에 필요한 기술이 생겨나고, 그것에 의해 실현되는 가치도 증가하며, 그 결과 도시 안에서는 이윤이 다시 늘어난다. 생산 역시 전보다 더욱 번창한다. 이렇게 해서 그와 같은 증가는 두 차례, 세 차례에 걸쳐서 거듭된다. 원초적 노동이 사치와 재화를 위해서 봉사한다."
-335p
"나아가서 이윤이 물자를 획득하려는 의도와 노력의 결과라는 사실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은 신에게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양식을 획득하려는 노력도 신의 결정과 영감에 기인한다. 그러나 이윤과 자본축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간의 노동이 요구된다. 이러한 사실은 예를 들면 기술의 사용과 같이 이윤의 원천이 노동일 경우에 분명하기 드러난다. 소득의 원천이 동물이나 식물 혹은 광물일 경우에도 여전히 인간의 노동은 요구된다. 그것이 없이는 아무런 소득도 얻을 수 없고 유용한 결과도 거두지 못할 것이다."
-360p
이윤의 원천을 노동으로 명시한다. 노동가치론이다. 동시에 노동의 범주를 폭넓게 잡는다. 물자를 획득하려는 의도와 노력의 결과라는 말은 그 과정의 기획 억시 함축한다.
"5)지위는 재산획득에 유용한다.
우리는 명망이 높고 지위를 가진 사람이 이무런 지위가 없는 사람보다 모든 물자를 더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이유는 지위를 가진 사람은 타인의 노동 봉사를 받기 때문이다."
권력이란 상대에게 나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는 힘이다. 그리고 이윤이 노동으로부터 나온다면, 노동을 강제할 수 있는 권력은 곧 이윤의 원천이기도 하다. 따라서 개인의 자유 없이 권력과 자본의 분리는 무망하다.
"10) 상인에 의한 상품의 수송
(...)
뿐만 아니라 만약 상인이 도중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먼 지방에서 상품을 들여온다면, 그것은 그의 사업에 더 많은 이윤을 거두게 할 것이다. 그럴 경우 상품의 원산지는 매우 멀리 떨어져 있고 중간에는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므로 그런 일을 하려는 사람은 적을 것이고, 따라서 수입되는 상품도 회소할 수밖에 없다. 상품이 희귀하면 가격은 상승한다."
상업이윤을 차익으로, 원거리교역의 이윤을 위험부담에 대한 보상으로 기술한다. 상업에 대한 기술의 비중이 높음.
"12) 계속되는 물가의 하락은 저가로 교역하는 상인들에게 해릅다
그 까닭은 이윤과 생계가 기술과 상업에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업은 상품을 구입하고 매집했다가 시장의 변동상황이 그런 상품의 가격을 상승시킬 때 까지 기다리는 것의 의미한다. 이렇게 해서 이윤이 생긴다."
물가의 상승이 성장의 결과이고 또 원천이며, 동시에 정태에서 정태로의 이행 과정의 차익이 이윤의 원천임을 명시한다. 이븐 할둔이 직접적으로 근거쟈료를 제시하지는 않지만, 그의 기술들이 배경에 깔고있는 사실들이 서술을 통해 미루어 짐작된다.
"14) 상인의 성품은 지도층의 성품에 비해 열등하며 남자다움과도 거리가 멀다.
앞의 절에서 우리는 상인이 상품의 판매, 이윤의 획득 등에 관여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활함, 분쟁도 마다않는 적극성, 영리함, 끊임없는 다툼, 집요함 등이 필요하며, 이런 것들은 상업과 연관된 것들이다. 그러나 그러한 성품은 적성과 남자다움음 해치고 파괴한다. 왜나하면 행위는 영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문이다."
여태까지 상업 한창 설명하더니 팩폭박으시네... 상업과 국가적 지도역량이 가져야 할 품성에 대한 차이는 군사귀족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있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다. 이윤추구행위가 본질적으로 갖는 편향들이 있고, 그 편향들이 정치적 맥락에서 국가의 이해와 반드시 합목적적이지는 않다.
"16) 기술은 거대하고 완벽한 도회문명이 있는 곳에서만 완벽해진다.
(...)
기술과 학문은 동물에게서는 찾이불 수 없는 인간의 사고능력의 결과이다. 반면 식량을 구하려는 인간의 욕구는 그의 동물적, 영양적 힘의 결과이다. 그것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것이므로 학문이나 기술보다 우선한다. 학문과 기술은 필수적인 것이 충족된 뒤에야 생기기 때문이다. 기술이 세런될 가능성이 있는가의 여부, 혹은 사치와 부가 낳은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그 기술의 질적 수준 등은 당해 지역의 문명의 수준에 상응한다."
기술과 학문을 지식의 맥락으로 다루며 특히 기술을 이윤 창달의 기초 중 하나로 명시한다. 기술은 도회에서 축적되고 성장되며 분업속에 전문화되고, 왕조의 흥망성쇠와 함께 도회가 쇠퇴하며 잊혀지고 스러진다. 대개의 전근대사회에서, 문명은 왕조와 수명주기를 함께한다. 대분기에 대해 우리는 왜 중국은 스스로 근대를 이루지 못했는가를 종종 질문하지만, 사실 왜 중동은 정체해야만 했는가 역시 주요한 질문이기도 하다.
18) 기술은 많은 사람들의 요구가 있을 때에만 개선되고 증대된다.
(...)
"만약 이떤 특정한 기술이 남들에 의해서 요구되고 그것을 구매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대단히 많은 수요를 지니고 또 판매를 위해서 수입되어야 하는, 밀하지면 일종의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기술을 배우려고 애쓴다. 반면 어떤 기술에 대해서는 수요도 없고 구매자도 없다면, 아무도 그것을 배우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고립되어 사라지고 말 것이다."
기술을 상품에 비유한 것이 흥미롭다. 기술과 학문을 대비시키며 양자를 구분되는 것으로 기술하고, 기술에 개입하는 숙련의 정도를 중점적인 특징으로 제시한다.
문명이 거대하고 도회문화가 고도로 발달했을 때 비로소 학문도 다양해진다.
"그 이유는 학문적 교육이 일종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설명한대로 기술은 도시에서만 다양하게 존재한다. 기술의 수준과 수요는 도회문명의 규모와 거기서 향유되는 도회문화와 사치의 정도에 따라서 좌우된다. 왜냐하면 고도로 발달된 기술은 단순한 생게유지 이외의 부차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문명화된 사람들은 단순한 생존에 필요한 것 이상으로 많은 노동을 소유하게 되고, 그러한잉 여노동은 생계를 넘어서는 활동에 사용된다. 이러한 활동은 인간에게만 고유한 것이며, 그것이 곧 학문과 기술이다."
따라서 학문 역시 하나의 문화의 발현이자 상품이기도 하다. 그 지점을 인식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학문과 기술의 결합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후로는 개별 학문을 설명하며 범주를 나누고 문학을 구분하고 교수방법에 있어서 갖춰야 할 원칙등을 설명한다.
이슬람 문명이 학문에 있어서 배타적이지는 않았다. 그리스로부터 페르시아의 다양한 문명은 서아시아로 흘러들어오고, 자체적인 해석을 통해 독자적인 문화를 꽃피웠다. 이는 국가의 흥망성쇠에 따라 변화하며, 여러번의 몰락 속에서 분화되고 다시 발전을 거듭한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율성은 획득할 수 없었고, 국가에 동조하여 스러지고야만다.
이븐 할둔의 정치에 대한 서술, 아사비야와 역사의 순환에 대한 부분들이 많이 언급되는데, 노동으로주터 출발하는 그의 경제에 대한 분석, 특히 정치와 경제간의 접점과 상업에 대한 이해가 오늘날의 시점에서 되새겨볼만 하다. 결국 전근대 사회에서 권력과 금력은 한 줄기로 흐른다. 이는 권력이 법칙을 강요할 수 있는 힘이고, 규범화, 제도화되지 않은 사회에서 권력으로뷰터 자유로운 독자적인 문화의 계승은 불가능하다. 지식과 숙련이 결합되지 않고 왕조의 흥망성쇠에 따라 번영하고 쇠퇴하는 속에서, 역사적 진보에 닿는 길은 험난했다. 순환적 연쇄를 서술하는 이븐 할둔의 글 속에서 그에 대한 절망이 깊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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